생각의 범람

이쿠냑 단편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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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키고 안아들다 끝내 흘리고 마는 것들 Twitter: @flood_thought 씀: Anonymous_N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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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개의 포스트

1화부터 최신순

쉰 넷

실패한 반란

아아, 나의 왕. 사랑스럽고 적법한 왕위의 계승자. 목숨바쳐 충성하고 싶었으나, 나는 그대를 끝내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권력에 눈 감은 맹인이니, 그대가 어찌 생겼는지는 모르나 그대의 기상. 그대의 능력, 그대의 친절을 알고 있소. 그대의 집안이 남긴 모든 죄는 내, 화염과 함께 모두 불태울테니. 왕이시여. 만세하소서.

이쿠냑

24 2020.04.30

햇볕을 등지고 일을 하다가 손등에 머무르는 햇살이 꼭 그대 같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웃었습니다. 흐린 노랑빛 머리카락이 내 손가락에 감겨들때면 이 몸은 태양의 따스함을 손에 쥔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곤 했었죠. 그대가 햇살을 닮은 건지 햇살이 그대를 따라한건지 구분이 안가네요. 오, 메리. 답장은 잘 받았어요. 그대의 심장에 그릇이 생겼군요. 당신은 그 그릇에...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18 1 2020.04.20

생각의 범람

쉰 둘

한국인 우주비행사의 밥투정

우주에 살면서 뭐가 제일 아쉽냐면, 그놈의 찌개 음식을 하나도 먹을 수 가 없다는 거야. 물론 진공 포장된 김치찌개 정도야 있지만 역시 찌개는 뚝배기 그릇에 혀 데이며 후룩후룩 먹어야 하잖아. 이래서 한국인들이 우주로 이주하는 걸 꺼리나봐. 미지의 우주 바이러스 보다 국밥이 더 아쉬워.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13 2020.04.18

생각의 범람

쉰 하나

보고싶소.

소복하게 진 눈 위 동백 꽃망울을 기억 하십니까. 짙붉게 풋여문 그 꽃은 삼동설한에도 그 색을 유지 하더이다. 잘 지내시나요. 창 밖에 던져진 말은 듣는 이 없이 살얼음 진 바닥 위로 후두둑후두둑 떨어집니다. 햇빛은 따사로운데 한숨은 봄 내모는 찬공기에 깊숙이 녹아 드네 그려.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15 2020.04.16

생각의 범람

쉰

숲 속의 마녀

숲 가운데 단정히 누운 그녀를 가만 내려다 본다. 은빛을 잃은 머리카락은 녹빛 잔디 사이사이로 퍼져 희게 흐드러진다. 너는 여전히 아름답구나. 속삭이는 말은 공기 중을 떠돌아 낙엽 위로 가라앉는다. 푸른 옷은 수의. 고이 벗은 신발을 곁에 두고 곱게 늙은 발은 맨발이었다.

시 생각의범람 불규칙연재

이쿠냑

12 2020.04.07

생각의 범람

마흔 아홉

잘있어요.

빛을 등지고 선 여인은 마치 그 빛 속에 녹아들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색이 옅은 탓에 빛을 투과시키는 머리카락이 언제나 그렇듯 깔끔히 반묶음으로 모아 묶어져 있었으나, 몇 가닥 잔머리가 뺨에 흘러내려 피로한 그녀의 얼굴을 부각시켰다. 음영진 뺨에 내려깐 속눈썹 그림자가 닿을락하니 깜박였다. 한 번도 생기가 돈 적 없는 듯 수척하니 파리한 얼굴에 유독 푸...

시 생각의범람 불규칙연재

이쿠냑

12 2020.03.30

생각의 범람

마흔 여덟

조개

심해 저편에 웅크려 누운 짐승이 하나 있었다. 짐승은 약하여 굶주렸고 악하여 가라앉았다. 품에 고이 안은 진주를 놓지 못해, 짐승은 죽는 그날 까지도 입 한 번 벌려보지 못했을 것이다. 동그랗기 전에 날카롭게 속살을 찌르고 피에 전 하얀 것이 그에게 속살거려, 목을 쥐어 침묵켸하여도 마냥 웃는다. 취한 것은 산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으나 그는 그것이 산것이라...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8 2020.03.28

생각의 범람

마흔 일곱

늙은 오디세우스가 아테나에게

사람의 손이 모래알 하나를 쥘 수 없듯 신의 손은 인간 한 명을 쥘 수 없습니다. 섬세함을 버려요, 지혜여. 그대가 품는 것은 아틀라스의 보물. 구십구 개의 머리가 있는 용이 지키는 황금 사과나무입니다. 나의 이성은 감정의 파도에 바랜 지 오래요, 오만의 화신인 나는 더이상 그대의 총아가 아니올시다. 세치 혀 하나로 나는 모든 것을 무너뜨릴 능력을 충분히 ...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80 4 2020.03.26

생각의 범람

마흔 여섯

점진적 사랑표현

너는 참 크고 상냥하구나. 나는 정말 먼먼 길을 돌아 네게 왔단다. 잠시 쉬어가도 되겠니? 손 정도는 잡아도 괜찮지 않을까? 다정한 몇 마디와 향기로운 차 한 잔은 같이 나눌거지?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18 2020.03.24

생각의 범람

마흔 다섯

불멸의 불안

너와 눈을 마주치면서 나는 안정을 얻는다. 애정을 얻는다. 사랑을 한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이유가 된다. 너는 나를 끌어안고 사랑의 영원에 대해 알려 주곤 하지. 하지만 아니야 내사랑. 그대는 날 두고 죽을거잖아. 나만 남겨두고 죽을거잖아.

시 생각의범람 불규칙연재

이쿠냑

17 2020.03.21

생각의 범람

마흔 넷

감정의 이름

그 감정은. 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여름 밤과 풀벌레 우는 백색소음, 가끔 엷은 커튼을 흔드는 바람과 일렁이며 잦아드는 등잔불 아득한 너머를 바라보는 너와 그런 당신을 보는 나. 이를테면, 사랑같은.

시 불규칙연재 생각의범람

이쿠냑

12 1 2020.03.18

생각의 범람

마흔 셋

옹졸함

저 자신의 끝이 온 것보다도 그것이 더 기뻐서, 차게 굳은 손을 들어 제 미소를 가렸다. 이제 밑바닥에 남는 것은 당신 혼자야. 허공을 향해 팔을 벌리고, 그녀는 웃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이루어 주지 않을 거에요. 가여운 사람.

시 생각의범람 비정기연재

이쿠냑

34 2 2019.10.14

이쿠냑

망사랑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 댓글 피드백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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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넷

실패한 반란

쉰 셋

Dear Marie

쉰 둘

한국인 우주비행사의 밥투정

쉰 하나

보고싶소.

쉰

숲 속의 마녀

마흔 아홉

잘있어요.

마흔 여덟

조개

마흔 일곱

늙은 오디세우스가 아테나에게

마흔 여섯

점진적 사랑표현

마흔 다섯

불멸의 불안

마흔 넷

감정의 이름

마흔 셋

옹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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